네이버 말바꾸기?…뉴스편집 쥐려해선 안돼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만 남기겠다고 약속했던 네이버가 잇단 말바꾸기를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5월 “3분기 안으로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제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해 3분기가 지나자 지난해 10월 또 다시 “이르면 연내에 첫 화면에서 네이버가 선정한 실시간 주요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달 31일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네이버 신규 앱을 구버전에서 함께 쓸 수 있도록 2월 초에 iOS용 듀얼 앱을, 4월쯤엔 안드로이드용 듀얼 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성숙 대표의 이날 발표가 묘하게도 하루를 두고 김경수 지사의 재판과 묘하게 오버랩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네이버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다음날인 31일에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작년 4분기 실적과 함께 콘퍼런스콜(회의통화)에서 ‘듀얼 앱’ 서비스를 발표했습니다. 드루킹 사건으로 국내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사람과 기업체가 하루 사이로 상반된 모습을 보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날 한성숙 대표의 말대로라면 사용자들이 네이버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는 기존 앱을 당분간 계속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려되는 것은 네이버의 뉴스 정책이 지난해와 달리 크게 후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네이버는 드루킹 댓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지난해 5월 ‘언론사 고유 권한인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떠밀리듯 자의적인 뉴스 편집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랬다가 다시 10월에 연내에 뉴스를 뺀 모바일 화면을 선보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한성숙 대표는 뉴스 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의 가장 본질적 대책으로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네이버는 더 이상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고도 분명하게 네이버의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성숙 대표는 언론사가 직접 뉴스를 편집하고, 네이버는 해당 광고 수익과 독자 데이터를 언론사에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첫 화면에 뉴스가 배치되어 특정 기사에 과도하게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같은 이유로, ‘실시간급상승검색어’도 더 이상 첫 화면에서 제공되지 않는 구조로 개편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를 2018년 3분기 내에 적용할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0월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악용한 불법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고 관련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당시 여당 의원이 “여론 조작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는 질의에 대해 ‘뉴스를 빼는 게 근본 대책’이라는 답변은 상당히 냉소적”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이에 한 대표는 “모바일 메인에서 편집하는 5개 뉴스와 2개 사진기사에 너무 관심이 집중되고 흔히 말하는 ‘좌표찍기’를 통해 7개 기사를 관리하는 현상이 강해져 그 부분을 없애기 위해 편집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매크로 관련해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에서 막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네이버 발표대로라면 벌써 뉴스 화면을 뺀 모바일 화면이 서비스 돼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발표 당시엔 3분기 안으로, 지난해 10월엔 연내로, 올해 1월31일엔 2~4월로 모바일 화면 개편 시기를 계속해서 연기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안드로이드와 iOS 앱스토어 정책상 사용자가 새 버전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아 내린 고육책”이라고 말합니다. 네이버 측은 “사업자가 사용자 편의성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앱을 대대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합니다. 네이버자는 “안드로이드에서 베타 버전을 내려받으면 구버전이 사라지고, 다시 구버전을 쓰려면 베타 버전을 삭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하나의 앱에서 신·구버전을 모두 쓸 수 있게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모바일 개편 발표 당시 이런 전제조건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던 데다 300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 사용자의 절반 가량이 새 버전을 경험한 후에야 구버전을 폐기할 수 있다는 방침이라 네이버의 이런 행보는 뉴스 편집권에 다시 욕심을 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한 마디로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과 관련해 계속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뉴스 편집과 관련해서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10월 이후에는 첫 화면에 뉴스가 없는 모바일 버전을 내놓으면서 편집에서 손을 떼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는 대신 10월엔 모바일의 대대적 개편을 같이 들고 나오며 “빠르면 연내”라고 했다가 이번엔 아예 기한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편집권 내려놓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네이버가 이런 식으로 어물쩍 뉴스 편집권을 계속 쥘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느냐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런 생각을 했다면 이는 큰 착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구버전을 모두 쓸 수 있게 하려는 조치가 네이버의 설명에도 뉴스 정책 후퇴 우려가 나오는 것은 앱 구버전과 신버전 사이에는 네이버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중요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모바일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메인 화면에서 한 페이지를 넘기면 각 언론사가 편집한 뉴스 ‘판’이 뜨고 독자들이 이 가운데 언론사를 선택하고 갈무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신버전으로 올 상반기 중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듀얼 앱은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는 구버전을 당분간 지속한다는 의미인 데다, 안드로이드용 버전이 4월에나 출시되면 올 상반기 중 신규 앱 전면 출시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는 의미가 됩니다. 올 상반기 중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겠다는 당초 네이버의 계획이 최소 6개월 이상 미뤄지는 셈입니다.

네이버는 그동안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 중 무엇을 선택해 어느 위치에 배치할지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언론사처럼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언론사가 지는 보도에 대한 책무는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일련의 네이버의 신버전 전면 도입에 대해 잇단 연기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안타깝게도 몰래 씁쓸함을 이어 가겠다는 의도는 아닐런지 지켜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