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가족호칭 불편한 진실? 개선 어떻게?

설날은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입니다. 최대의 명절답게 그동안 흩어졌던 가족이 모입니다. 일가친척들이 모입니다. 자연스레 친척 간에 인사가 오고갑니다. 덕담을 나눕니다. 정을 나누고 스트레스는 훌훌 털고 올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설날 혹은 추석이면 스트레스가 유독 높아집니다. 바로 명절 스트레스입니다. 명절 스트레스는 원인도 여러 가지이지만 처방도 다양합니다. 명절 스트레스 중에는 명절을 쇠기 위한 경제적인 비용도 있습니다. 명절이면 하루종일 상차리고 설거지로 보내는 스트레스도 있습니다. 또한 친척이나 가족의 호칭문제도 무시못할만큼 큽니다. 즐거워야할 명절날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고민을 함께 보듬고 나누는 명절이 진정한 의미의 명절이 아니까 합니다. 설날 기획시리즈 세 번째로 오늘은 친척과 가족간의 호칭문제에 관해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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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호칭문제 어떡해?
설날이나 추석이면 닥치는 문제가 호칭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친척 호칭은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1촌이 부부라면 형제는 2촌, 그 다음은 3촌, 이런식으로 열거됩니다. 직계존속 개념과 직계비속 등도 복잡해서 일일이 기억하기가 만만찮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칭을 잘 익혀둬야만 처음 만나는 일가 친척에게 결례를 범하지 않습니다.

도련님 아가씨 표현 고쳐져야?
지난해 국립국어원 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이나 ‘아가씨’로 높여 부르는 데 반해,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65%가 개선돼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부계에 친할 친(親)자를 붙여 ‘친가’라고 부르고, 모계를 바깥 외(外)자를 써서 ‘외가’라고 부르는 것도 개선돼야 할 호칭으로 지적됐다고 합니다.

또한 작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시집 구성원에 대한 호칭 문제가 지속적으로 게재돼 왔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 며느리가 알아야 할 가족 호칭은?
시댁 식구들 호칭을 부를 때에는 아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남편과 동등한 위치에서 호칭을 정하게 됩니다. 일례로 시부모님을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릅니다. 아내의 입장이지만 남편과 동등한 입장에서 정해진 호칭입니다. 이런 식으로 시아버지의 형제 자매와 그 배우자는 남편의 입장에서 보아 큰아버님, 큰어머님 또는 고모님, 고모부님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시어머니의 형제 자매는 이모님, 이모부님 또는 외삼촌, 외숙모가 됩니다. 남편의 형과 형수는 아주버님,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남편의 누나와 매형은 형님, 아주버님이라 부릅니다. 남편의 매형을 부를 때는 살고 있는 지역의 명칭을 붙여 ‘○○댁’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남편의 남동생이 미혼이라면 도련님, 결혼을 했다면 서방님이라 부릅니다. 그의 아내는 동서라고 부르면 됩니다. 남편의 여동생은 아가씨, 그의 남편은 서방님이라고 부릅니다. 남편의 사촌은 친가, 외가 구분 없이 남편의 형제를 부를 때와 동일합니다.

그런데 친척이나 가족 간의 호칭문제에 있어서 아내의 입장에서 민감하고 애매한 부분이 바로 동서지간의 호칭입니다. 그저 형님, 동서로 부르는 게 맞지만 아내와 나이가 뒤바뀌면 난감합니다. 이럴 때는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손윗동서라도 형님이라 부르고 손아랫동서가 나이가 훨씬 많을 경우에는 동서라 부르되 맞존으로 대하면 됩니다. 이렇게 보면 얼핏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 이를 대입해 보면 여간 복잡하고 헷갈리는 게 사실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사위가 알아야 할 가족 호칭
우리나라 호칭 예법이 아내는 남편과 동등한 입장으로 호칭을 정한 반면에 남편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남자들은 결혼을 해도 아내의 서열이 아니라 자신의 나이로 호칭을 정합니다. 우선 아내를 부를 때는 여보, 당신, ○○엄마라고 하면 됩니다. 처라고 하거나 걔 또는 이름을 부르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처가 부모님은 장인어른 또는 아버님, 장모님 또는 어머님이라 부릅니다.

아내의 오빠는 자신보다 손윗사람이라면 형님, 손아랫사람이면 처남이라고 부릅니다. 아내 오빠의 부인은 아주머니라 부르고, 아내 남동생의 부인은 처남댁이라 부릅니다. 아내의 언니는 처형, 아내의 여동생은 처제라 부르고 아내 언니의 남편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 형님, 자신보다 어린 경우 동서라고 부릅니다. 아내 여동생의 남편은 동서, ○서방이라고 합니다.

시댁 식구들은 왜 극존칭을 사용해야 할까
결혼을 하기 전 남자친구의 남동생과 여동생과는 편하게 만나 이름을 부르며 소개를 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의 남동생과 여동생에게는 도련님, 아가씨라고 불러야 합니다.

이렇게 시댁 식구들에게 극존칭을 써야 한다는 점이 불합리한 점이라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시댁 어른들이 며느리를 부를 때, 시댁 남동생 여동생이 부를때에 ‘며늘애야, 새아가, 새언니, 형수’ 등으로 불러 대조가 됩니다. 며느리는 시댁식구들을 극존칭을 사용해 부르는데 시댁식구들이 며느리를 부를 때에는 평대나 하대 수준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가족 간의 가부장적 호칭 바꿔야?
정부에서도 가족 내 호칭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성차별적 호칭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명절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주제입니다. 아가씨나 도련님 등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유교문화에서 출발한 호칭을 이제는 양성 평등한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호칭을 바꾸는 작업까지는 아직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다행스럽게도 정부와 민간에서도 다양한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정부는 국립국어원의 심층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가정 내 호칭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시대가 바뀐만큼 바뀐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남녀 간 평등적인 호칭 개선이 필요합니다.

가족 친척 호칭 시댁은 시가,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할머니로 통일?
친척 호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인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호칭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이런 점에서 모 재단에서 명절 친척 호칭에 관한 설문조사한 결과가 눈길을 끕니다. 바꿨으면 하는 친척 명칭 중에서 시댁은 시가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국어·여성계 전문가를 통해 추린 결과 시댁은 ‘시가’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또 ‘여자가·남자가’ 처럼 성에 따른 고정관념이 박힌 역할을 강조하는 표현보다 ‘사람이·어른이’라는 표현을 쓰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가장 차별적인 호칭 도련님, 아가씨 부르는 관행 고쳐야
가족 내 남녀 간 차별적인 호칭 문제는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10~60대 국민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5%가 “남편의 동생을 ‘도련님, 아가씨’로 높이고 아내의 동생은 ‘처남, 처제’로 높이지 않고 부르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집안을 가리킬 때 ‘시댁’으로 높여 말하고 결혼한 여성이 아내의 집안을 ‘처가’라고 평대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는 비율 역시 59.8%에 달했다고 합니다.

정부, 성차별적 어원 근거로 호칭 개선 추진
가족 내 호칭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나서 개선안을 마련 중입니다. 2011년 발간한 표준언어예절을 개정해 ‘표준’이라는 단어를 빼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는 대국민활용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호칭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의견도 모두 수렴해 적절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성차별적 어원을 근거로 갈등을 조장하는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올케는 ‘오라비의 계집’이라는 뜻이라거나 며느리가 ‘아들에게 기생해 사는 존재’ 혹은 ‘제삿밥을 나르는 존재’라는 어원이라는건 모두 낭설입니다.

어원은 모두 하나의 설(說)에 그칠 뿐 사실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정부나 국어원에서 진행하는 모든 연구에도 해당 설들을 근거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가족관계 호칭의 불균형 왜 생겼을까
일반적으로 시동생을 부를 때는 ‘도련님’, 손아래 시누이를 부를 때는 ‘아가씨’라고 합니다. 관계를 지칭하는 말이 아닌 별도의 호칭을 만들어 남편의 동기를 부르고 있습니다. 반면, 아내의 동기를 부를 때는 ‘처남’과 ‘처제’처럼 관계를 지칭하는 말을 호칭으로도 사용합니다. 이러한 호칭 체계의 불균형은 남성 중심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도련님’과 ‘아가씨’는 가족 간 호칭으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남자와 여자를 대접해 부르던 말이 가족 간 호칭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가족 간 호칭어(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가 가족 이외의 사람에 대한 호칭어로 확대되는 것과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 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게 되면, 이를 가족 간 호칭어로 쓰는 게 적절한지가 논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족 내 호칭 변경 누리꾼 의견은?
정부에서 가족 간 호칭 문제를 개선하기로 하자 각종 여성·육아 커뮤니티가 들썩이며 환호했습니다.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여성들의 의식 향상과 더불어 성차별적인 가족 내 호칭을 바꿔야하지 않느냐는 글은 그동안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누리꾼들은 “이제라도 우리나라의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적 문화가 바뀌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의견을 올렸습니다.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의 남동생을 ‘서방님’이라고 부르지 않냐, 이 말의 어원은 남편이 먼저 죽게 되면 동생을 서방으로 모시라는 의미이다” 라며 내 동생은 ‘처남’인데 남편 동생은 왜 ‘도련님’인지, 다들 그렇게 하길래 나도 그대로 따라오긴 했지만 사실 그동안 매우 불만이었다”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생활 속 ‘호칭’이 사실은 사람의 정신을 세뇌하는 것”이라며 “나는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중학생 여자애한테 ‘아가씨’라고 불러야 했다, 마치 종이 된 기분이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 남성누리꾼은 “나이 먹고 도련님 소리 듣는 것도 오글거리지 않나”와 같은 글이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일 뿐인데 왜 성차별이라고만 생각하나요”,“당장은 바뀌기 어려울 것 같네요”,“더 복잡해질 거 같고 그냥 외국처럼 이름 뒤에 ‘씨’자 붙여서 통일하는 게 깔끔할 듯”, “호칭 지금도 헷갈리는데 더 헷갈려지는 건 아니겠죠”와 같은 의견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갑작스러운 개편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