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질문 예의없다? 시원?…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불편한 진실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보면 ‘공정 경쟁을 통해 혁신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여론은 냉랭한 편이다. 현실 경제가 얼어붙어 있다.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겠다”.

지난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한 지역방송 여기자가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입니다. 이 질문이 갑자기 세간의 화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왜 질문이 문제가 되었고, 이를 어떻게 봐야할지, 또한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예의가 없다?
이날 질문과 관련 우선 SNS 등에서는 “예의가 없다”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기자라지만 대통령에게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이 기자를 비판했습니다. 이렇게 비판을 받게 된 것은 이 기자의 질문 태도였습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기자는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고 질문한 탓에 청와대 부대변인이 ‘OO방송 OOO 기자입니다’라고 알려야 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누리꾼들은 예의가 없다라는 반응입니다.

질문이 추상적인데 핵심을 찌른 척 한다?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질문이 추상적인데 핵심을 찌른 척 한다”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대표적인 친(親)문 대통령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은 “말로만 듣던 기레기(기자+쓰레기 합성어)”라고 비난했습니다.

기자답다, 속이 시원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기자답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이 저것이다. 속이 시원하다”라며 김 기자를 두둔하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반(反)문 대통령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은 “OO방송의 OOO 기자! 한국에 숨 쉬고 있는 기자들 중 최고의 기자님이다. OOO 기자, 파이팅!”이라며 응원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다양한 시선
일부 네티즌은 지난 2010년 OOO 기자가 나경원 의원과 민경욱 의원에게 보낸 우호적인 글이 적혀있는 트윗을 확산시키며 이 기자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속 시원한 사이다 질문” “배스트 질문” 이라며 격려하고 있습니다.

두루뭉술한 기자의 질문 어떻게 봐야할까
이 여기자의 질문이 두루뭉술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자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보면 ‘공정 경쟁을 통해 혁신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여론은 냉랭한 편이다. 현실 경제가 얼어붙어 있다.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들과 누리꾼들은 여론이 악화돼 있다는 근거는 없고 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 없어 답변하기도 곤란한 내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모 기자는 SNS에서 “무슨 정책인지도 질문에는 나오지 않고, 무슨 경제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도 알 수없고, 그러니 인과관계는 당연히 나오지가 않고 이미지로만 질문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전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구체적인 질문을 하려면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하라. 뜬구름 잡는 이미지에 기반한 질문은 하지마라”고 비판했습니다.

질문을 받은 대통령의 대답은 어땠을까
이 여기자의 질문을 받은 대통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라는 점은 오늘 제가 모두 기자회견문 30분 내내 말씀드린 것이었다. 필요한 보완들은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오히려 정책기조는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라는 말씀은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또 새로운 답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며 다른 기자에게 질문을 하도록 했습니다.

질문을 한 기자의 변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질문에서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된 해당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난후 쏟아진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있다’고 답하길 바랐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무례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기자는 질문 과정에서 자신의 소개도 하지 않아 질의가 끝난 뒤 청와대 부대변인이 대신 소개해줬습니다. 이를 두고 이 기자는 “앞선 2번의 기자회견에서도 지목받지 못해 사실상 오늘도 지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목 받은 것이 뜻밖이라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다. 제가 소속과 이름을 못 밝힐 이유가 없지 않느냐. 저도 나중에 대변인이 제 이름과 소속을 밝혀줘 그때야 알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기자는 물어야 한다 과도한 비판 자제해야 무슨 뜻?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 신년기자 회견 때 질문자로 나섰다가 여론의 질타와 함께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신상까지 털린 기자와 관련해 “기자는 물어야 기자다, 대통령도 화 안 냈는데 왜 다른 분들이 화를 내는가”라며 김 기자에 대한 과도한 비판 자제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 여당 국회의원은 “기자는 질문을 해야 기자고요. 또 이것은 꼭 해야 되겠다 싶으면 물어뜯어야 기자다”며 평소 자신이 생각했던 기자상을 설명한 뒤 “제가 기자 출신은 아닙니다만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했던 장면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마 연두기자회견이었던 것 같은데, 그 앞에 기자들 쭉 앉아 제대로 질문하지도 않고 하하 웃고 있었던(일)”이라고 했습니다.

기자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
이날 이 여기자 질문에 대해 한 여당 의원은 “웃는 게 기자가 아니에요. 꽃병처럼 앉아있는 게 기자가 아니고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다. 대통령도 화 안 냈는데 왜 다른 분들이 화를 내는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포용능력,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되니까 기자가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이런 걸 가지고서 과하게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대통령 편한 질문만 하는 사람이 오히려 간신일 수 있고. 대통령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충신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해 좀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기자 질문에 대한 다양한 반응 모아보니
한 방송사 기자는 자신의 SNS에 “무슨 정책인지도 질문에는 나오지 않고, 무슨 경제가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도 알 수 없고, 그러니 인과관계는 당연히 나오지 않고 이미지로만 질문하는 방식”이라며 문제점을 짚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해서는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을 대표로 해서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자리고 영광입니다”라며 “조금 더 공부를 하세요. 너무 쉽게 상투적인 내용으로 질문하지 마시구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막강한 행정권력, 대통령을 견제한다는 말입니까?”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의 한 전 의원은 최 기자의 글을 공유하며 “구체적인 질문을 하려면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하고 공부하라. 뜬구름 잡는 이미지에 기반한 질문은 하지마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OOO 기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한 번 더 가르쳐 준 진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고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공화당 총재는 11일 트위터에 “김예령 기자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후폭풍…질의태도 논란, 외신 기자 보단 백배 나은 꼴이고 어용 기자 보단 천배 나은 꼴이다. 시청자는 사이다 원샷한 꼴이고 문대통령은 얼버무리고 패스 꼴이다. 문비어천가에 찬물 끼얹은 꼴이고 희망싹 인터뷰 꼴이다. 여자 홍카콜라 콜. OOO 완승 화이팅”라는 글을 게시하며 기자를 응원했습니다다.

기자회견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기자회견의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습니다. 종편의 한 앵커는 “지난 정부에서 봤지만 대통령 앞에서 다소곳이 손 모으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자면 권위주의 정부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평화당 모 의원도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저렇게 성큼 금년에도 또 한 번 다가오는구나. 좋게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바른미래당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한 번 밖에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변한 게 아니다”면서 “대통령의 철학은 변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OOO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역사학자는 “이번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보인 태도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기자들이 보인 태도를 보면 현재의 나라사정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사정이 나쁠 때 공손한 태도로 침묵하고, 사정이 좋아지면 패기 있는 태도로 아무 말이나 합니다. 그러니 언론에 나라 망해간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건, 사정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라는 의견을 적었다.

한 야당 의원은 “짧은 질문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 대신한 한마디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용비어천가 불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국민들 대신해 당당히 권력에 질문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짜 날 선 질문은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이날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은 질문과 답이 오가며 몇 차례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회견 막판엔 날 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지난달 31일자로 명예퇴직한 방송사 전 논설위원이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 것과 모 신문사 선임기자가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한 직후 청와대 국정홍보관으로 자리를 옮긴 행태를 언급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방송사 기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하며 ‘권력과 언론은 건강한 긴장 관계여야 한다’고 하셨다. 언론의 비판 기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한 말씀이라고 기억한다”며 “하지만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행정관 인사에 현직 기자가 사표가 수리된 지 일주일, 이틀도 되지 않아 임명됐다. 권력을 건전하게 비판해야 하는 현직 기자에서 권력의 중심에 들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들이 해온 권력 감시의 순수성과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언론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신문사 노조에서는 자신들의 선임기자의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임명에 대해 성명을 내고 “권력을 감시하던 언론인이 하루아침에 권력 핵심부의 공직자로 자리를 옮겼다. 공정성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해치는 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현직 언론인이 완충 기간 없이 권력기관 직행 비판에 대한 대통령의 대답은?
대통령은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오는 것이 괜찮으냐는 비판을 한다면, 그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 가운데 공정한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다해온 분들은 하나의 공공성을 살려온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 청와대의 공공성 정신을 살려 나가면서 청와대를 보다 유능하게 할 수 있는 인재들을 모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에서 길들여진 목소리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 시민의 관점, 비판언론의 관점을 끊임없이 제공받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과거엔 정권이 언론에 특혜를 주고 언론은 정권을 비호하는 ‘권언유착’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부에서 권언유착 관계는 전혀 없다고 자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