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옴표저널리즘? 정치인 막말보도 식상 왜?

“靑행정관, 군 인사자료 술집에서 잃어버렸다”
“박근혜 탄핵 앞장섰지, 구속 앞장선 적은 없어”
“철새 배신자? 내 양심에 따라 정치할 것”
“일국의 최고통치자가 영화 한 편 보고 감동한 나머지 탈원전 들고 나왔다”
“겉멋 든 강남좌파” “운동권 좌파” “박정희는 천재적 인물”

우리나라 언론에 최근 등장한 정치기사 제목입니다. 특히, 요즘 한 야당 여성 국회의원은 정부의 통일·경제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방을 연거푸 쏟아내며 ‘신보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여성의원은 현재의 여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그곳에서 국회의원을 시작해 당적을 옮겼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수층 유권자를 집중 공략한 노이즈마케팅이라고 해석을 내놓습니다. 이 여성 의원의 한 마디는 곧잘 언론에 제목으로 등장합니다.

정치인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똑 같이 받아 적는 낯설지 않은 풍경
요즘은 방송을 켜거나 웹이나 모바일 서핑을 하다보면 심심찮게 이슈가 된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자신의 무릎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똑같은 말을 받아 적거나 기록합니다. 그 사안의 경중을 떠나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어차피 똑 같은 말이라면 차라리 몇 사람만 적어서 공유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해석을 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갖게끔 합니다.

자극적인 내용만 따옴표로 인용한 보도 봇물
문제는 언론의 보도태도입니다. 정치인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는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당국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보도가치를 가지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들은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정치적 맥락이나 영향력에 대한 분석보다 자극적인 내용만 따옴표로 인용해 보도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따옴표 저널리즘 선거때 특히 문제?
언론의 정치인 발언을 그대로 받아쓰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은 특히 선거기간 극에 달합니다. 가령 15, 16대 대선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는 상대 진영이 제기한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이 결정적인 패배 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 비리 의혹은 허위사실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불거진 ‘NLL 포기 공방’, 2017년 대선 때 국민의당이 제기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 역시 대선 이후 허위 폭로였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폭로를 중계하는 발표 저널리즘이 선거 기간이나 정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책에 대한 보도보다는 특정 제보를 기초로 작성된 폭로형 보도가 난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폭로의 주요 내용은 주로 정치인의 뇌물 수수나 인사 청탁과 같은 비리부터 이념 공방, 지역주의, 인신공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인 폭로가 누군가의 제보에 의한 것이거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전략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언론은 대개 엄밀한 확인 과정은 생략하고 따옴표를 붙여서 일단 보도부터 하게 됩니다. 불거진 의혹을 검증하기보다는 의혹 자체에만 집중하기에 문제가 많습니다.

막말 정치인과 언론은 공생?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의 또 다른 문제는 막말 정치인과 언론이 공생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론이 정치인의 발언을 보도하는 행태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말은 중요한 정치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여야의 유력 정치인의 말은 그 자체가 정책이 되어 법이 바뀌기도 하고, 정부의 재정이 투입되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의 이런 저런 논박이나 논쟁은 사실상 이해집단의 충돌이며 그 자체로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언론이 어떤 말을 보도하느냐가 진짜 문제입니다.

그런데 기자 입장에서도 막말을 무시하자니 기사를 쓸 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막말을 쏟아낸 정치인의 입에서 정책은 나오지 않고, 여의도 밖의 특정 이해집단을 대변하지도 않고 있다면 여간 난처해지지 않습니다.

왜 따옴표 저널리즘 확산될까
오늘날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치 분야의 발표 저널리즘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들춰내기 식 폭로를 마치 중계방송 하듯 보도하는 행태가 경쟁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만 하더라도 매체가 적었고 언론인과 정치인이 비교적 가까웠기 때문에 경쟁이 덜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매체도 늘고 실시간 보도가 가능해지면서 언론도 공격형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치 스캔들은 가장 빠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24시간 뉴스 채널의 등장으로 뉴스 사이클의 속도가 더욱더 빨라지는 마당에 정치 스캔들의 진실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때까지 보도나 공격을 보류하기가 점차 어렵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폭로주의 저널리즘 등장 어떻게 봐야 할까
미디어는 정보를 최대한 신속히 전달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속성에 따라 사실 확인이나 사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하지 않고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나 이에 대한 해석 과 정의를 그대로 서둘러 보도하는 관행을 흔히 학자들은 ‘발표 저널리즘’ 또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발표 저널리즘이 비록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행해지는 경우에도 그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은 때가 많습니다. 특히 취재원의 의도에 말려 사실 폭로의 중계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정치인의 막말 언론이 거들 때 정치 마케팅으로 변질
정치인의 막말은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혼자만의 중얼거림이 됩니다. 그런데 언론이 막말을 거들때 대단한 정치 마케팅이 됩니다. 특히 오늘날의 언론은 과거의 선문답식 발언보다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막말이야말로 24시간 기사 생산 시대에 더 없이 좋은 먹이감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말을 한 사람의 정치적 영향력에 비해 언론노출이 과다할 정도로 많이 보도되는 현상은 그야말로 기사를 위한 기사를 생산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기사는 뉴스 가치도 없고, 정치적 전문성도 부실한 발언입니다. 그렇지만 자극적 단어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자 한 것뿐입니다.

막말정치 따옴표 저널리즘은 이젠 없어져야
정치인의 막말성 발언들은 일차적으로 논란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를 언론이 따옴표로 보도하고 이후 누군가 비판하거나 혹은 발언자 자신의 사과로 또 기사가 이어지고 이를 또 반론하면 또 그 반론기사를 싣게 됩니다. 이런 식의 언론은 막말 정치인의 전략에 고스란히 휘말리게 됩니다. 기사를 재생산 기회할 수 있어 기삿감 걱정은 없겠지만 언론의 바람직한 태도가 결코 아닙니다. 이렇게 정치 기사가 전문적인 영역을 잃어버리면 찌라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비판을 받게 됩니다.

항간에서는 눈길을 끌기 위한 정치인과 언론의 장삿속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언론은 기레기 논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한국의 언론에 대해 알파고가 이슈였을 당시 차라리 로봇에게 기자를 시켜도 더 낫다는 냉소가 유행병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언론에게 주어진 감시와 견제는 질문과 비판으로 작동해야
정치인들의 막말을 따옴표로 옮겨다 서술어와 기사형식을 빌고 비판을 곁들여 생산하는 기사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편리하고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기사를 작성하라고 언론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언론은 무엇보다 언론에 주어진 감시와 견제기능을 다 해야 합니다. 감시와 견제는 질문과 비판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언론의 받아쓰기 따옴표 저널리즘은 사실상 무비판의 중계일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