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세모?…한해를 잘보내는 놀라운 비결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세밑이라고 합니다. 한 해가 거의 다 가서 얼마 남지 않은 때,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을 가리키는 말로 세모(歲暮)라고도 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인 이 때를 표현하는 말로 ‘연말’ 외에 ‘세밑’ ‘세모’를 많이 씁니다. ‘세밑’은 해를 뜻하는 한자어 ‘세(歲)’와 순 우리말 ‘밑’이 결합한 것입니다. ‘세모(歲暮)’는 해(歲)가 저문다(暮)는 뜻의 한자어입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세모가 일본식 한자라고 해서 세밑으로 순화해 쓰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음력으로는 섣달 그믐 무렵을 일컫는데 세밑 외에도 모세(暮歲), 설밑, 세만(歲晩), 세말(歲末),세저(歲底), 세종(歲終), 연말(年末)·, 밑(歲-)·, 종(年終) 등이 모두 세밑과 같은 뜻입니다.

조선시대에는 해마다 세밑인 섣달 그믐이 되면 고관들이 왕에게 문안(問安)을 하고, 양반가에서는 가묘(家廟)에 절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집안마다 웃어른을 찾아 뵙고 묵은 세배를 올리는 한편, 친지들끼리 특산물을 주고받으면서 한 해의 끝을 뜻있게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마돈나, 미사일, 오바마, 박보검, 119, 당나귀, 개나발, 너나 잘해, 사이다, 오징어….

이들은 연말 송년 모임에서 건배사로 많이 쓰이는 것들입니다. 마돈나는 마시고 돈내고 나가자. 미사일은 미래를 위해 사랑을 위해 일을 위해. 오바마는 오직 바라고 마음 먹은대로. 박보검은 박수를 보냅니다. 올 한해 검나 수고한 당신께. 119는 1가지 술로 1차까지 9시 전에 집에 가자. 당나귀는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개나발은 개인의 발전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너나 잘해는 너와 나의 잘 나가는 한해를 위해. 사이다는 사랑을 이술잔에 담아, 다함께 원샤. 오징어는 오래도록 징그럽게 어울리자입니다.

세상에 없는 세 가지는? 정답, 비밀, 공짜가 정답입니다. 그럼 세상에 있는 세 가지는 뭘까요. 하늘의 별, 들의 꽃,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 이러한 건배사도 송년 모임에서 많이 쓰입니다. 적당한 유머와 센스가 돋보여 열인기 건배사로 통합니다. 한 해 희로애락을 함께 한 주위 동료와 잔을 부딪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풍습이 여전히 남은 우리나라에서는 분위기 띄울 건배사 하나쯤 기억하는 게 여러모로 편합니다.

이맘때 쯤이면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집니다. 1년 동안 고작 한두 번쯤 만나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과 함께 서로 부어라 마셔라 하던 ‘망년(忘年)’을 흔히 ‘송년(送年)’으로 부릅니다. 한 해 동안 괴로웠던 일, 안타까웠던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희망찬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는 뜻에서 술자리가 연일 이어집니다.

조선시대 때 세말(歲末)이면 그 지방의 특산물을 스승이나 친척, 친구 등에게 보내는 세의(歲儀)라는 풍속도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한 해를 정리하고 돌아보면서 의미있는 세밑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에 등장하는 그는 로마 황제로 폭정을 저질렀던 아버지의 뒤를 이은 황제 비텔리우스를 내쫓고 황제에 오릅니다. 티토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로마인이 아니어서 황실에 들일 수 없어 그에 대한 사랑을 접습니다. 대신 친구이자 신하인 세스토의 여동생과 혼인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세스토의 여동생도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며 혼인의 명을 거둬 달라고 애원합니다. 티토는 두 번이나 원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이를 받아들입니다. 그러고는 폐위된 비텔리우스 집안의 딸 비텔리아와 결혼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비텔리아는 오히려 세스토를 꾀어 티토를 암살하려 합니다. 티토는 죽음을 모면했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충복이자 친구의 배신을 마주해야 했습니다다. 세스토가 암살을 사주한 비텔리아의 이름을 끝내 발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죄라고 할수록 티토는 고통스러워하며 분노에 치를 떨게 됩니다. 이를 본 비텔리아가 자신의 죄를 실토하며 세스토를 살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끊임없이 티토 황제에게 배신과 잔인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합니다. 티토는 용서를 택함으로써 참회하고 변화하는 사람들을 포용합니다. 그리고선 아름다운 세상을 살 로마의 미래를 기원합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고 합니다. 무려 19년째라고 합니다. 세밑 송동주민센터에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주민센터 지하주차장 입구에 종이상자를 놓았으니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놓여 있던 A4 상자를 들고 와 열어보니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와 함께 지폐 뭉치와 돼지저금통이 나왔다. 지폐 5만원권 1000장과 저금통에서 나온 동전 20만1950원을 합하니 5020만1950원이었다.

이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8000여만원을 20차례에 걸쳐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갔다고 합니다. 이날까지 19년간 놓고 간 돈은 모두 6억834만660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세밑, 이제는 한 해를 보내야 할 때입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이 내려앉은 책상머리에 앉아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는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티토 황제처럼 자신을 배반한 사람마저도 용서하고 전주의 얼굴없는 천사처럼 이웃을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좋은 일 좋지 못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의욕에 찬 계획과 희망으로 행복한 새해를 맞이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