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 유래 깜짝?…김영란법 더치페이 불편한 진실

최근 사회적인 풍속도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모처럼 만난 친구들에게 기분좋게 한턱 쏘겠다거나 퇴근 후 ‘치맥'(치킨+맥주) 한잔 하자고 먼저 제안하는 말소리를 불쑥 꺼내기가 이젠 조심스러워졌다고들 합니다. 요즘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들을 위한 학원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씁쓸한 소리도 들립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치페이 유래도 덩달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더치페이는 국어사전에서는 ‘비용(費用)을 각자 서로 부담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그런데 더치페이가 원래의 뜻과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등 더치페이가 일명 ‘콩클리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더치페이에 관해 유래를 살펴보면서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보는 계기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더치페이-더치문화

더치페이 유래, 변질된 의미로 사용되는 더치페이
부정청탁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항간에 떠돌던 유머가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공무원, 교사, 대학교수가 만나 저녁을 먹었다면 밥값은 누가 냈을까’라는 것입니다.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정답은 바로 식당주인이라는 것입니다. 부정청탁 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6년 9월 27일까지 통했던 이 유머는 부정청탁 금지법이 시행된 9월 28일부터는 바뀌었습니다. 바로 더치페이(Dutch pay), 즉 각자내기로 말입니다.

더치페이는 네덜란드인을 뜻하는 ‘Dutch’와 돈을 낸다는 뜻을 가진 ‘Pay’가 합쳐진 말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원래 한턱 내는 것을 좋아했지만 네덜란드와 식민지 전쟁을 치르던 영국인들이 ‘Dutch’에 비하하는 의미를 넣어 ‘각자 부담’을 뜻하는 말로 변형됐습니다. 그래서인지 ‘더치’가 들어간 말은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는 말이 많습니다. ‘더치 엉클'(Dutch uncle)은 엄하게 꾸짖는 사람을, ‘더블 더치'(Double dutch)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먹은 것은 스스로 값을 지불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쩨쩨한 관습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더치페이의 원래 유래와 변질과 상관없이 더치페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더치페이 유래 알고 보니 ‘콩글리시’…바른 명칭은?
최근 부정척탁 금지법으로 더치페이가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치페이(Dutch Pay)의 원래 의미는 ‘각자 낸다’는 의미의 ‘더치 트리트’라는 네덜란드말에서 유래했습니다. 더치페이에서 ‘더치(Dutch)’는 네덜란드 또는 네덜란드 사람을 뜻합니다.

원래 더치페이의 유래인 ‘더치 트리트’는 제각각 비용을 낸다는 오늘날의 의미와 다르게  대접의 의미로 많이 사용돼 왔습니다. 그랬던 더치페이의 의미가 오늘날 각자낸다는 의미로 변질된 것은 영국과 네덜란드가 식민지 경쟁으로 갈등이 깊어지면서부터입니다.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을 뜻하는 더치를 부정적으로 사용하면서 ‘대접’보다는 ‘각자’의 의미로 와전된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요즘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더치페이는 일종의 콩글리시입니다. 영어권에서는 더치페이라는 말 대신 더치 트리트, 더치 데이트(Dutch Date), 고잉 더치(Going Dutch) 등의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끼리 식사 했을때 더치페이 부끄러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는 사람끼리 식사를 했을 때 더치페이로 계산하는 것을 어색해 하고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이렇듯 과거 외국에도 각자 먹은 것을 계산하는 더치페이를 부정적으로 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양은 차츰 합리적인 사고가 자리 잡게 되었고 더치페이가 그 합리적인 가장 기초적인 문화가 되어 자신이 먹은 것은 당연히 자신이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되었습니다. 이를 곰곰 살펴보면 아이러니 하게도 단어의 어원은 그대로인데 뜻은 반대로, 어감은 긍정에서 부정, 부정에서 합리적으로 바뀌어 버린 셈입니다.

서양에서 전해져 우리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거부됐던 더치페이. 이제는 각자 자신이 먹은 식사, 음주 비용은 자신이 각각 지불하는 문화가 장착되어야 합니다. 우리말로 각자내기라 불리는 더치페이.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단어가 아닐까요.

‘더치페이 트리트’는 ‘네덜란드+대접’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더치페이는 ‘더치페이 트리트’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더치페이(Dutch)’는 ‘네덜란드의’, ‘네덜란드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여기에 ‘한턱내기’ 또는 ‘대접’을 뜻하는 트리트(treat)가 합성된 말입니다. 더치페이 트리트는 네덜란드에서 다른 사람을 대접하는 관습을 말하는 말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접을 하거나 한턱을 내는 문화가 있어 이를 더치 트리(Dutch treat)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과는 정 반대의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좋았던 ‘더치페이 트리트’라는 말이 네덜란드와 영국 간의 식민지 경쟁 과정에서 영란 전쟁을 겪으며 안좋은 말로 바뀌게 됩니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17세기에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식민지 경쟁을 하던 국가들이었습니다. 이들 국가는 경쟁이 극심해 지자 3차례 전쟁까지 치르는 등 갈등이 고조되었고 서로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나빠지게 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영국 측에서 ‘더치’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데서부터 본래의 의미에서 퇴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영국인들이 ‘트리트(treat)’ 대신 ‘지불하다’라는 뜻의 ‘페이(pay)’로 바꾸어 사용한 게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더치페이 유래, 부정적 의미에서 비용 각자 계산으로
‘더치페이’는 최초에는 부정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이와는 무관하게 음식점에서 같이 식사한 후 각자 자신이 먹은 음식의 비용을 치른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치 페이’는 ‘정확히 반씩’을 의미하는 말은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이를 순화한 말이 ‘각자 내기’입니다. 이를 살펴보면 더치페이는 ‘정확히 각자 먹은 것만’으로 풀이하면 됩니다. 자신이 먹은 것만큼 내는 게 더치페이인 셈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와리캉(割り勘)’이라 부릅니다. 그들은 더치페이가 당연한 문화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정착돼 있습니다. 그들 사회는 밥값, 술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맺고 끊는 게 확실하고 남에게 신세 지는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더치페이가 더 자연스레 형성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일본인들은 더치페이가 일본 문화와 맞아 떨어집니다. 우리가 더치페이가 아직 정착되지 않아 어색한데 비해 일본인은 남에게 뭔가를 받으면 어떤식으로든 갚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더치페이 문화가 생성된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우리와 다른 문화인것 같습니다.

더치페이 말고 “각자 냅시다”
더치페이(Dutch pay)에도 부정적 뉘앙스가 숨어 있습니다. 네덜란드인은 원래 남에게 대접하기를 좋아했는데 영국이 반대로 자기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이기적이고 쩨쩨한 관습이라고 비꼬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유래와 상관없이 더치페이는 지금 많은 나라에서 흔한 풍경이자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자기 몫을 자기가 내는 것이어서 어쩌면 지극히 합리적 사고방식인지도 모릅니다.

최근 갑작스럽게 부정청탁 금지법의 시행으로 더치페이 문화에 대해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미 우리나라도 더치페이 문화는 여성과 젊은이를 중심으로 이미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전체 비용을 사람 수대로 나눠 내는 ‘n분의 1’ 방식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관습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돈을 내면 다른 사람은 자신이 내야 하는 비용을 나중에 폰뱅킹으로 송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최근 부정청탁 금지법의 시행으로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신경전이 의외로 날카롭고 많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일부 남성은 좀생이 소리 들을까 봐 비용을 다 내겠다며 호기를 부리고는 돌아서서 여자를 흉보고 ‘개념녀’를 그리워한다고 합니다. 아직은 부정청탁 금지법이 다소 낯설고 정착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백태를 낳고 있는 부정청탁 금지법. 아직은 생경한 풍속도이겠지만 그 속에 합리적이란 사고방식이 투영된다면 불편함을 넘어 사회를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