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송금 못 돌려줘?…통장 잔액조회 소송 판결은?

통장은 돈을 넣고 빼는 일종의 개인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금융실명제가 정착되기 전에는 가명으로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점차 사회가 투명화 되면서 통장 만들기가 어렵게 되자 최근에는 이른바 대포 통장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통장 잔액조회를 하다보면 실망하기 일쑤입니다. 그만큼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게 싫기 때문입니다.

통장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통장 관리를 잘못하면 소중한 내 돈을 남이 함부로 빼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보안이 강화되고 통장에서 돈을 빼가는 것을 막기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사기수법은 이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수로 남의 통장에 송금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재밌는 판결이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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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법률상 부당이득반환의무 지우는 법률이론 필요
사람은 한번쯤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실수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통장에 돈을 송금했다면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아는 흔한 상식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돈을 돌려받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잘못 보낸 통장의 잔고가 마이너스 상태라면 은행이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판결이 나와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 판결이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이 연일 해당 판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법조인들조차도 금전의 소유권을 승계하여 취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은행도 법률상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게 하는 법률이론이 필요해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남 마이너스 통장에 잘못보낸 송금…돌려받을 수 있을까
통장에서 계좌이체를 하거나 은행창구에서 남의 통장에 돈을 보낼때 실수로 볼래 보내려고 했던 통장이 아닌 남의 엉뚱한 명의로 된 통장에 보냈다면 어떨까요. 더군다나 그 통장이 알고보니  ‘마이너스’  통장이었다면 은행으로부터 이 돈을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통장 잔액에 따라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잘못 보낸 송금 사건 개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얼마전 법원 재판에서 이같은 다소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2014년 9월 A 씨는 착오로 B씨의 C은행 마이너스 통장에 2천500만원을 송금한 것입니다. 돈을 보낸 A 씨는 이내 자신이 실수로 잘못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이날 B 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린 뒤 C은행에 자신이 잘못 보낸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은행으로부터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잘못 보낸 돈 수취인 권한, 은행은 통장의 권리 없다?
A 씨는 자신이 원래 보내려고 했던 계좌가 아닌 다른 통장으로 보냈기 때문에 돈을 돌려달라고 C은행에 요구했지만 은행은 통장이 B 씨의 것이기 때문에 A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A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C은행은 A 씨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이유로  B 씨는 돈을 빌린 채무자 입장이라는 게 결정적인 사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뜻밖의 황당한 일을 당한 A 씨는 여렵사리 B 씨를 만나 설득하고 이 돈을 돌려받기로 약정까지 하고 이 약정에 대한 공증도 받았다고 합니다. A 씨는 B 씨의 약정과 공증을 근거로 C은행을 상대로 법원에 추심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A 씨는 이를 토대로 C은행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잘못 보낸 돈 1심 “돈 지급”…2심 재판부 은행 측 승소
재판이 열리면서 판결은 일반적 상식과 달랐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달랐던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C은행은 A 씨에게 2천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C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항소했고 뒤늦게 적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판단과 달랐습니다. A 씨의 승소가 아닌 C은행 측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을 내리면서 B 씨의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상태란 것을 결정적으로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심 재판부가 주목한 B씨의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상태라는 것은 B씨가 은행에 돈을 빌렸다는 의미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마이너스 상태로는 B씨와 C은행은 예금 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약정에는 B씨와 C은행 사이에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상태일 때  B씨가 은행에 대출이 있을 때 B씨의 통장에 입금된 돈은 이 대출금을 갚는데 우선적으로 충당한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판결문에서 A씨가 은행에 착오로 송금한 돈의 반환을 요청하고 B씨가 반환에 대해 이의가 없더라도 A 씨와 은행의 관계가 아니라 B씨와 은행의 계약 관계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 씨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은행의 약정 조항 개선 요구 목소리 높은 이유?
이번 재판은 여러가지 점에서 눈여겨 볼 것이 있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A 씨가 착오로 남인의 계좌로 송금한 돈의 반환을 요청하고 B씨가 통장에 잘못 송금된 돈에 대해 돌려줄 의사가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A 씨와 C은행의 관계가 아니라 B 씨와 C은행의 계약관계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C은행이 돈을 돌려달라는 A 씨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B 씨의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상태라는 것은 B 씨가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법조인들조차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은행의 약정 조항을 개선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이너스 통장 부당이득금 소송 아닌 추심금 청구소송 은행 유리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실수로 타인 명의의 통장에 송금했는데, 송금한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 상태라면 은행은 이 돈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은 무슨 의미 일까요. 또한 아무리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실수로 잘못 송금한 돈까지 은행이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은행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무엇보다 이 재판이 ‘추심금 청구 소송’이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추심금은 채무자에게 받을 돈을 제3 채무자에게 받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채무자는 제3 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이 소송은 채무자가 제3 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는지만 살피는 데, 이 사건에서 채무자는 제3 채무자에게 오히려 빚만 지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B 씨의 은행 계좌에 잘못 송금한 A 씨의 권리가 아닌 제3 채무자인 C은행에 대한 B 씨의 권리를 다투는 소송입니다. A 씨는 B 씨가 C은행에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에 실수로 2천5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B 씨의 통장에 잘못 송금된 돈을 돌려줄 돈이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시 B씨의 통장 잔액은 -9천600여만원이었다고 합니다. 법원은 이번 소송에서 A 씨와 B 씨 간 채무관계에 상관없이 B 씨가 C은행에 받을 돈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일종의 대출입니다. 계좌 잔액이 있을 때는 일반 예금 통장이지만 잔액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면 대출로 전환됩니다. B 씨는 C 은행에서 받을 돈이 있는게 아니라 대출만 있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C은행은 B 씨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당시 대출 약정을 제시했습니다. 그 약정은 ‘통장이 대출로 전환됐을 때 입금된 돈은 ‘자동적으로’ 대출금 변제에 충당한다’는 조항입니다. 이런 약정 등을 근거로 재판부는 판결에서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추심금 청구과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어떤 차이 있길래?
이번 사건에서 언급되는 추심금 청구는 A 씨가 B 씨로부터 B 씨가 해당은행에 가지고 있는 예금을 추심할 수있는 권한(추심권한)을 근거로 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B 씨가 C은행에 가지고 있는 예금채권이 있을 경우에 C은행에 추심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A 씨가 B 씨를 대신하여 예금을 달라고 할 수 있으며 A 씨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B 씨가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었고(일부 예금이 있었기는 하나 C은행에서 상계처리 하여도 마이너스 대출액이 남기 때문에 의미가 없음) 그 마이너스 대출이 남아 있는 이상 B 씨는 C은행에 예금이 없어 A 씨의 추심금 청구소송은 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소송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은 추심금과는 달리 C은행이 법률상 권한 없이 A 씨의 착오송금으로 이득을 보았고, A 씨는 손해를 보았으므로 돈을 돌려달라는 형태가 됩니다. 부당이득청구의 경우 민법 제744조 규정에 따라 A 씨의 착오입금에 따라 입금된 돈으로 B 씨의 대출금을 상환하여 C은행이 얻은 이익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가 법적쟁점이 될수 있습니다.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가 아닌 추심금 청구 소송이라 불리
이번 재판에서 A 씨는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A씨의 권리를 직접 다루는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로 소송을 구성하고 진행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A 씨 입장에서 보면 C은행이 반환하지 않은 돈은 부당이득금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재판은 추심금 청구 소송으로 진행돼 A 씨의 권리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약정 조항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입니다. ‘자동적으로’이라는 문구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통상적인 입금’으로 제한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수로 입금된 금액’은 돌려받을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은행의 약정 조항을 개선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